무화과(無花果) 나무(Fig Tree)의 비유, 이스라엘 나라를 상징하나?
1. 예수님은 비유와 진리를 함께 전해주심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실 때 비유를 사용하신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비유를 연구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수님은 비유를 사용하실 때 반드시 전하려는 진리도 함께 알려주셨다. 비유를 사용하신 이유는 전하려는 진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악한 자들에게 진리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비유를 사용하신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제자들에게만은 비유의 뜻을 비밀로 하지 않으셨다.
예를 들면,
<마13:10-11>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 가로되 어찌하여 저희에게 비유로 말씀 하시나이까. 대답하여 가라사대 천국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되었으나 저희에게는 아니 되었나니
예수님께서 바닷가에서 씨 뿌리는 비유를 말씀하셨을 때 처음에는 어떤 진리를 전하려는 것인지 공개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13절부터 30절까지 읽어보면 제자들에게는 그 뜻을 자세히 풀어주셨다.
이와 같이 예수님이 비유를 말씀하셨을 때는 그 비유를 통해 전하려는 진리도 함께 말씀하셨다. 따라서 성경을 잘 살펴보면 비유와 진리는 병렬적으로 나타나 있다.
2. 그렇다면 비유와 진리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말씀하셨나?
예수님께서 비유를 사용하실 때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전하려는 진리를 먼저 말씀하시고 나서 비유를 통해 보완하실 때가 있다. 그 반대로 비유로 먼저 말씀하시고 나중에 비유를 풀어주면서 진리를 전하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소개한 씨 뿌리는 비유의 경우, 후자에 속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는 전자에 속하는 경우이다. 어느 경우든 비유의 뜻을 알려면 그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될 일이다.
무화과(無花果)나무의 비유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부터 무화과나무의 비유 앞뒤 문맥을 살펴보면 앞에서 설명한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마24:29-31> 그 날 환난 후에 즉시 해가 어두워지며 달이 빛을 내지 아니하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리라. 그 때에 인자의 징조가 하늘에서 보이겠고 그 때에 땅의 모든 족속들이 통곡하며 그들이 인자가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것을 보리라. 저가 큰 나팔소리와 함께 천사들을 보내리니 저희가 그 택하신 자들을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사방에서 모으리라
<마24:32-33>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이와 같이 너희도 이 모든 일을 보거든 인자가 가까이 곧 문앞에 이른줄 알라
위 성경구절을 읽으면 종말과 심판에 대한 내용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태복음 24장 3절 “주의 임하심과 세상 끝에는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29-31절은 가르치려는 진리의 내용이고 32-33절은 가르치려는 내용을 더욱 잘 이해시키기 위한 비유인 셈이다. 전하시려는 복음의 진리를 먼저 말씀하시고 비유로써 그 이해를 돕도록 하셨다. 무화과나무의 비유 역시 진리와 비유가 병렬적으로 나타나 있다는 사실에서 예외가 아니다.
3. 비유의 분석
예수님은 마지막 심판의 징조(29-31절)에 대해 먼저 말씀하시고 연이어 비유(29-31절)를 사용하여 다시 한 번 강조하셨다. 따라서 일어날 사건과 비유의 내용을 연결하면 그 분석도 명백해진다.
아래와 같이 문장구조를 도식화하면 예수님이 전하려고 했던 복음의 진리와 그 비유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하고자 하시는 사건이 이러나려면 그 징조가 있다고 하셨고, 비유에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하셨다.
[말씀] <징조> 일월성신의 변화 ⇒ <일어날 사건> 예수 강림과 심판
[비유] <징조> 무화과 나무의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 <일어날 사건> 여름
4. 예수님이 비유를 사용하신 목적은
<징조>와 <일어날 사건> 사이에 상호관계가 필연적, 즉시적, 절대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일월성신의 변화라는 징조”와 “마지막 날 심판이라는 사건” 사이에 절대적인 필연성이 있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 비유를 사용하신 목적이었다.
마치 무화과나무의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당연히 여름이 곧 도래하듯이 예수님이 심판주로 강림하시는 사건도 일월성신의 변화라는 징조가 나타나면 지체하지 않고 도래함을 의심치 말라는 것이다.
무화과나무의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된다는 자연현상 … 두 가지 자연현상 사이에 아주 절대적인 어떤 필연성이 있다는 점이 비유의 포인트이다.
5. 무화과나무, 다른 것을 상징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어
무화과나무의 비유에서 계절에 따른 나무의 변화에 초점이 있었을 뿐이다. 무화과나무가 또 다른 어떤 것을 상징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이런 사실은 누가복음에 보면 더욱 잘 나타나 있다.
<눅21:25-28> 일월성신에는 징조가 있겠고 땅에서는 민족들이 바다와 파도의 우는 소리를 인하여 혼란한 중에 곤고하리라. 사람들이 세상에 임할 일을 생각하고 무서워하므로 기절하리니 이는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겠음이라. 그 때에 사람들이 인자가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것을 보리라. 이런 일이 되기를 시작하거든 일어나 머리를 들라 너희 구속이 가까왔느니라 하시더라
<눅21:29-31> 이에 비유로 이르시되 무화과나무와 모든 나무를 보라. 싹이 나면 너희가 보고 여름이 가까운 줄을 자연히 아나니 이와 같이 너희가 이런 일이 나는 것을 보거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운 줄을 알라
위 구절은 마태복음과 같은 내용이 똑같은 맥락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런데 마태복음과는 차이가 나는 문장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화과나무와 모든 나무를 보라” 마태복음에 없는 “모든 나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유의 초점이 무화과나무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모든 나무에 적용되는 어떤 포인트가 비유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처럼 무화과나무를 이스라엘 나라라고 해석하는 것을 고집한다면 모든 나무는 무엇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는가? 무화과나무든 아니면 어떤 나무든 가지가 연하여지고 싹이 아면 여름이 된다는 것은 일어날 사건과 그 사건이 일어나기 위한 징조를 비유하기에 적합하지 않은가?
비유의 목적이 나무의 생장과 여름이라는 계절의 관계였음을 이제는 이해가 될 것이다. 무화과나무가 이스라엘 나라를 상징한다느니 하는 얘기들은 별로 논리적이지 못하다.
특별히 “자연히 아나니”(눅21:30) 라는 표현을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왜 이런 비유를 사용하셨는지 그 목적이 확연히 드러난다. <나무의 생장>과 <여름>이라는 계절의 절대적인 필연성이 비유를 통해 전하려는 가르침이었다. 그런 비유를 통해 <일월성신의 징조>와 <마지막 심판>이라는 사건의 연속성을 가르치셨던 것이다.
6. 많은 나무 중에서 왜 ‘무화과나무’를 특별히 거론하셨나?
예수님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을 비유로 사용하시곤 했다. 들판에서 가르치실 때는 백합화나 하늘에 나는 새들을 비유로 들었다. 갈릴리 어부들에게는 고기 잡는 일을 비유로 들기도 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경험하기 쉬운 혼인잔치를 비유로 들기도 했다. 씨 뿌리는 일이나 포도원 같은 농사짓는 일을 자주 비유로 사용하시기도 했다.
이런 비유들이 모두 일상생활 주변에 있는 소재들이었다. 무화과나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스라엘 땅에 흔하게 자라는 나무 중의 하나가 무화과나무와 올리브나무였다. 무화과나무는 마을마다 어디서나 흔하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나무였다.
예수님께서 나무를 비유로 들려고 하셨을 때 생활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무화과나무를 비유에 등장시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별히 무슨 의도를 가질 필요도 없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7. 누가복음 21장 31절을 분석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자면
<눅21:31> 이와 같이 너희가 이런 일이 나는 것을 보거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운 줄을 알라
전후 문맥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월성신의 징조를 가리켜 ‘이런 일을 보거든’이라고 하셨음을 알 수 있다. 누가복음 21장 31절을 다시 한 번 읽어보자면 아래와 같은 의미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① 너희가 이런 일②이 나는 것을 보거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운 줄③ 알라 “
① 나무가 싹을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 알듯이
② 일월성신에 징조가 있고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는 일
③ 인자가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것이 가까운 줄
결국, 무화나무가 이스라엘을 상징한다든지… 이스라엘 독립과 함께 재림예수님이 육체로 오신다는지… 이런 주장은 잘못된 가르침이다.